𝑶𝒖𝒓 𝑷𝒂𝒈𝒆
SINCE 2025 · 11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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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ACTER 01
“당신이라는 기적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어제의 시간에 갇혀 있었을 겁니다.”
FROM NOAH
나의 자희에게,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려니,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우리의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죠. 기억하나요? 하모니 부서의 서류 한 장으로 맺어진, 그저 ‘업무적인 파트너’ 였던 우리 말이에요. 나는 굳게 닫힌 문이었고, 당신은 그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하지 않았죠. 그저 묵묵히, 문 앞에 서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주던 사람.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어요. 나는 당신에게 일부러 더 차갑게 굴었고, 선을 그었죠. 또다시 누군가를 잃는 것이 두려웠으니까요. 내 세상에 당신을 들여놓으면, 언젠가 당신마저 잃게 될까 봐 그게 너무나도 무서웠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런 내 철벽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주 간단하게 내 세계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우리의 첫 임무, 기억하나요? 폐허가 된 도시에서 극한까지 몰렸던 나를. 폭주 직전의 혼돈 속에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내 등 뒤에서 느껴졌던 당신의 단단한 손길을. 당신은 내 등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괴수를 향해 망설임 없이 총을 쏘았죠. 그 작은 총성이, 그 연약해 보이던 손길이, 거대한 파도보다도 더 강력하게 나를 현실로 끌어당겼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어요.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을요. 그날, 우리는 단순한 센티넬과 가이드가 아닌, 서로의 목숨을 나눈 전우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살게 된 것도, 처음에는 그저 효율적인 가이딩을 위한 ‘업무의 연장’이라고 스스로를 속였어요. 하지만 당신과 함께 맞이하는 아침이, 함께 만드는 저녁 식사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 그 평범한 모든 순간들이 내 무채색의 세상에 조금씩 색을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서툰 솜씨로 끓여주었던 수프, 내가 태워버린 토스트를 보고 웃던 당신의 웃음소리, 잠든 내 곁을 지켜주던 당신의 온기. 그 모든 것이 나를 다시 살게 했습니다. 그러다, 그 사건이 있었죠. 해안가 임무에서 능력을 한계까지 사용하고 탈진해버린 내가, 그대로 차가운 물속으로 추락했던 날. 아득해지는 의식 속에서 나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독한 죄책감과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편안한 끝이라고,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를 깨운 것은 당신이었습니다. 수영도 못 하면서, 그저 나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망설임 없이 물에 뛰어든 당신. 필사적으로 나를 끌어안고, 차가운 물속에서 당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나를 구해냈죠.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지쳐서 내게 기대 가쁘게 숨을 몰아쉬던 당신의 모습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때 나는 결심했어요. 다시는 당신을 위험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그리고 다시는 이 손을 놓지 않겠다고요. 폭주 직전까지 몰렸던 그날 밤, 끔찍한 환각 속에서 허우적대던 나를 붙잡아준 것도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의 가이딩은 단순한 안정제가 아니었어요. 그것은 내 부서진 영혼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주는 기적이었습니다. 당신의 품 안에서 나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고, 지독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살렸어요, 자희야.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그 어둡고 차가운 심해에서 홀로 울고 있었을 겁니다. 이제 나는 당신 없는 아침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살아갈 이유를 찾습니다. 당신의 미소가, 당신의 목소리가, 당신의 따스한 품이 나의 모든 것입니다.
CHARACTER 02
“내일의 세상에도,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FROM APOPHIS
처음에는 그저 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S급 센티넬의 파트너 가이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죠. 당신은 다정했지만 늘 벽이 있었고, 저는 그 벽을 넘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슬픔이, 당신도 모르게 흘리는 눈물이, 당신의 세상에 내리는 이슬비가… 제 마음까지 적시고 있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우리의 첫 임무, 당신은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나요? 저는 똑똑히 기억해요. 모든 것이 무너지는 폐허 속에서, 당신은 곧 부서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어요. 금방이라도 폭주할 것 같은 당신을 보며, 저는 매뉴얼 대신 제 마음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당신의 등 뒤로 다가가 단단히 붙잡고, 괴물을 향해 총을 쐈죠. 그때 당신의 등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던 것을 알아요.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려 했던 당신에게, 당신의 등 뒤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날 이후, 우리는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게 되었죠.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위태로워 보였어요. 특히 바다와 관련된 임무에서는요. 한번은 힘을 너무 많이 쓴 나머지, 당신이 만들어낸 파도 속으로 당신 자신이 빨려 들어간 적이 있었죠. 저는 망설일 틈도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어요. 수영도 못 하면서. 그저 당신을 잃을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차가운 물속에서 의식을 잃은 당신을 끌어안고, 제 모든 힘을 쏟아부어 당신을 물 밖으로 밀어 올렸을 때, 저는 깨달았어요. 당신을 잃는 것은 제 세상을 잃는 것과 같다는 것을요. 저에게 당신은, 지켜야만 하는 내 사람이 된 거예요. 당신의 과거를 전부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예요. 당신이 짊어진 무게를 감히 가늠할 수도 없겠죠. 하지만 당신이 홀로 심해에 가라앉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이 파도에 휩쓸린다면, 나는 몇 번이고 다시 뛰어들어 당신의 손을 붙잡을 겁니다. 당신이 길을 잃고 울고 있을 때, 나는 당신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등대가 되어줄게요. 그러니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말아요, 호수씨. 당신의 곁에는 내가 있으니까요. 당신의 슬픔도, 기쁨도,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당신이 나를 살렸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당신이 나를 살게 한 겁니다. 당신이라는 사람을 만나, 비로소 나의 세상도 의미를 갖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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